[앵커]
스토킹에 시달리던 여성이 경찰을 스마트워치로 호출했지만 결국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 있었습니다.
‘스마트’란 단어가 무색하게 위치를 엉뚱하게 파악해서 일어난 참극인데 지금은 달라졌을까요?
다시간다 남영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자기 집 베란다를 보는 40대 여성 A씨.
지난해 12월 이 베란다를 통해 누군가 집에 들어오려는 걸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A 씨]
"옷을 갈아입는데 밖에 실루엣이 왔다갔다 하는 거죠. 우리 집 2층인데 하는 순간 온 사고가 마비되고."
석달 간 신변보호를 받았지만 경찰이 준다는 스마트워치 수령은 거부했습니다.
A 씨는 호신용으로 골프채를 샀습니다.
[A 씨]
"그거(스마트워치) 하나 믿고 내 생명을 맡겨야 하는 상황인데. 그래서 저는 골프채를 집에다 사서 구비하고 있고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30대 여성이 스토킹 남성에게 흉기로 살해당한 사건을 떠올렸던 겁니다.
당시 여성은 스마트워치로 경찰을 두 번 호출했지만, 경찰관이 엉뚱한 장소로 최초 출동하는 사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숨진 여성이 경찰을 호출한 장소는 자기 집이었지만, 경찰에 통보된 위치는 수백 미터나 떨어진 명동 거리였습니다.
스마트워치 착용자 위치는 휴대전화 기지국 신호와 GPS, 인터넷 와이파이 신호 강도 등을 분석해 파악하는데, 이론상 오차는 50미터입니다.
하지만 숨진 여성은 GPS나 와이파이 신호를 받기 힘든 건물 복도 끝에 있어서 오차가 500미터나 났습니다.
비슷한 조건에선 호출을 해도 엉뚱한 장소로 출동하는 상황이 반복 될 수 있는 겁니다.
신변보호 경험이 있는 30대 여성 B 씨도 스마트워치를 반납했습니다.
최근 성추행 가해자와 직장에서 마주쳤는데, 온몸이 얼어붙었습니다.
[B 씨 / 피해자]
"마주쳤는데 그냥 숨도 못 쉴 정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더라고요. 마주치면 (스마트워치를) 더 못 누르지 않았을까"
극도의 긴장 상태인 피해자가 워치를 작동시키기란 쉽지 않습니다.
호출을 받은 경찰이 출동해도 이미 범죄가 일어난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6일 경북 김천에서도 스마트워치로 경찰을 호출한 여성이 전 연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했습니다.
호출 7분 만에 경찰이 도착했지만 변을 막지 못한 겁니다.
스마트워치 착용 대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윤호 / 고려사이버대 경찰행정학과 석좌교수]
"급박한 상황에서 스마트워치를 작동할 수 있을 것인가? 스마트워치를 신변보호 신청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채워야 접근이 차단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에선 법원 접근금지명령을 위반한 사람에게 위치추적기를 채워 가해자 동선을 감시합니다.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변보호 조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
스마트워치 불신을 해소할 대책이 시급합니다.
다시간다 남영주입니다.
PD : 윤순용 권용석
남영주 기자 dragonball@donga.com